근로자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1. 대상판결 :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2. 사안의 개요
A씨는 은행 지점장으로 부임하여 지점의 여·수신 영업 등을 총괄하게 되면서 실적 부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받기도 하고, 주요 거래처로부터 대출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등으로 인하여 영업업무 및 실적에 관하여 상당한 중압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중압감으로 인하여 A씨는, 지점장으로 근무한지 약 4개월여 만에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 등을 진단받고, 정신과 상담과정에서 업무스트레스와 자살 가능성 등을 언급하다가 자살 가능성을 언급한지 10일 만인 2013. 6. 13. 출근하여 자살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A씨의 유족은 A씨의 자살이 산재법상 산재에 해당함을 전제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유족의 신청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자, 유족은 법원에 위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한 서울고등법원은 위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산재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여 위 A씨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4. 위 판결에 대한 검토
현재 재판 실무상 근로자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근로자가 자살하는 경우, 업무수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 본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에 대하여 이를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즉, 대법원은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면, 이는 자살한 근로자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의 자살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망인의 죽음, 특히 자살이 재판 과정에서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망인의 사망 이전 진료기록,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는 다양한 입증자료에 대한 수집, 그리고 이를 기초로 한 설득력 있는 주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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