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등 공인에 대한 '종북' 표현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국회의원 등 공인에 대한 '종북' 표현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대법원 2014다220798 판결)
1. 들어가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재환 부부가 보수논객 변희재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다61654)에서 ‘종북’ 표현 사용 등을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 역시 지난 4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다278166)에서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
최근 2019. 6. 13. 대법원 민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임수경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다220798)에서도 박 전 의원이 임 전 의원을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것은 인격권을 침해할 정도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었습니다.
2. 사안의 내용
박 전 의원은 2013년 7월 인천시가 백령도에서 개최한 '정전 60주년 예술작품 전시행사'에 임 전 의원이 참석한 것을 두고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모 국회의원을 대동했다"고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임 전 의원은 '종북의 상징'이라는 표현을 통해 명예가 훼손됐고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박 전 의원을 상대로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 2심은 "박 전 의원의 의견이나 논평 표명에 불과하다"면서도 "의견표명으로서 허용 한계를 일탈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이라며 박 전 의원이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사건의 쟁점
박 전 의원의 위 표현행위가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의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나. 판단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사건을 원고패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때에 그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한편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이나 관계와 같은 공적인 관심사안은 그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하여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검증되고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이를 쉽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수인되어야 한다.
이 사건 성명서에서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취지로 사용되었다고 보이고 이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표현행위가 지나치게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4. 의의
위 판결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판례의 취지를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변씨와 <조선일보> 등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을 ‘종북’ ‘종북파’ ‘주사파’ 등으로 지칭한데 대하여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전 대표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 이에 대해 불법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또 이 전 대표가 당시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이들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돼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해당 발언이 ‘사실’이어야 하는데, 공적 인물에 관한 논쟁과 토론에서 ‘종북’이라고 지칭할 때는 의견(과장 또는 비유)으로 볼 여지가 크고, 과장이나 비유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는 관용을 전제로 하는데, ‘종북’ ‘주사파’라는 용어는 상대방을 민주적 토론에서 아예 배제하기 위한 공격 수단으로 사용돼온 측면이 있다”며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는 현실에서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반사회세력이라는 치명적 의미를 갖게 된다.”고 반대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줄 것이냐를 두고 대법원 안에서도 의견 대립이 팽팽했던 셈입니다.
그리고 공적 인물에 대한 ‘종북’ 발언에 대해 손해배상을 부정한 판결이 나왔다고 하여 무분별한 종북 발언이 모두 허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원합의체 판결 뒤인 지난해 11월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배우 문성근씨를 종북이라고 비판한 탈북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물은 바 있습니다.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종북, 주사파 등의 표현”에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 없을 때도 “모욕이나 인신공격 등 불법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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