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무기계약직(‘중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2. 12. 선고 2024나201328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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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
Y방송국에서 기간제 근로기간을 지나 ‘연봉직’(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한 근로자들이 동일가치 노동을 수행한 ‘호봉직’ 근로자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가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므로, 불법행위의 가해자인 사용자는 이 피해자인 ‘연봉직’ 근로자들에게 ‘호봉직’ 근로자들과의 임금 차액(각종 수당 포함)에 해당하는 금원을 손해로서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
<기초 사실관계>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여 온 자들로서, 프리랜서·파견직 등 직접 근로관계를 형성하지 않고서 노무를 제공한 간접고용 단계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기간제 근로자 단계를 지나고서도 승급 등이 보장되는 직분인 ‘호봉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연봉직’이라는 별도의 직분으로 분류되었다. ‘연봉직’ 근로자들은 ‘호봉직’ 근로자들보다 훨씬 적은 임금만을 지급받았고, 상여금·통근수당 등 각종 수당도 지급받지 못하였다.
피고 회사 그래픽 디자이너 직무에 있어서, ‘연봉직’과 ‘호봉직’은 같은 팀에 혼재하여 근무하면서 동일한 팀장의 지휘를 받았고, 사용자의 인사조치 이후 팀이 직분별로 가시적으로 분리된 이후에도 상호 협업하며 뉴스 등에 사용되는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동일·유사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쟁점 및 판시내용>
제1심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20가합42074)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토대로 회사의 차별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전MBC 판결(대법원 2015다254873)과 안동대학교 판결(대법원 2015두46321)을 통해 확인된,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를 준거로, 같은 내용의 노동을 제공케 하면서 근로조건을 차별한 것이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제2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24나2013287)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원고들의 ‘연봉직’이라는 고용형태가 ‘호봉직’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하며, 동일가치노동을 수행함에도 단지 ‘연봉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준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무기계약직’이란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줄인 말에 불과한데도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여서는 고용이 안정되지만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하여서는 임금 수준이나 복지에서 낮은 처우를 받는 중간적 근로자 집단(이른바 ‘중규직’)을 지칭하는 의미로 인식되어 왔다고 하면서, 정규직 근로자와의 근로조건의 격차가 줄어들지 못한 채 고착화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또한 제2심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 ‘고용형태’라는 명시적인 문구가 차별금지 사유로 열거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정 근로기준법이 ‘사회적 신분’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지위를 이유로 한 다양한 형태의 차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판시하였다. 무기계약직 등 ‘중규직’의 고용형태는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 등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며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무기계약직의 임금 등을 차별하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이다.
차등 대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려면 근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 회사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연봉직’과 ‘호봉직’이라는 직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두 직분 사이의 임금 차이 등 차등 대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평가되었다.
결국 동일가치노동을 부과하면서도 ‘연봉직’에 대하여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한 피고 회사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행한 가해자이므로, 그러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피해자인 원고들이 지급받았을 금액, 즉 ‘호봉직’과 ‘연봉직’ 사이의 임금 차액(각종 수당 포함, 퇴직금 산정 시에도 반영)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회사가 상고하지 않아 위 제2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의의>
피고는 소송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고용형태’를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도 법률 개정안만이 상정되어 있을 뿐이지 명확하게 입법이 완료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원고들의 ‘연봉직’(무기계약직) 지위가 차별금지 사유가 아니라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른바 ‘중규직’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추가적인 입법 조치 없이 오로지 헌법 제11조와 근로기준법 제6조에 기초한 법리로 시정될 수 있는 것임을 분명히 확인하였다. 노동 현장에서 차별받는 근로자들의 평등권이 사용자의 (차별을 은폐하기 위한) 어떠한 편법적 조치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권리임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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